'재선충의 습격' 속절없이 죽어가는 소나무_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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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의 습격' 속절없이 죽어가는 소나무_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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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2리에서 바라본 조항산 모습. 소나무재선충으로 온 산천이 붉은 물이 들어 마치 가을단풍이 든 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붉게 고사된 소나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느낌이 들어 포항 산야를 가까이서 둘러보다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2024년 3월 25일 기준 포항도 이미 심각 단계를 넘어 극심 단계로 전환 되었다는 녹색연합의 보고를 현장에서 절감했다.

소나무 재선충(材線蟲). 1㎜ 내외의 아주 작은 실 같은 여린 벌레들이 기개 넘치는 소나무의 천년 삶을 위협한다.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 충에 기생하는 선충은 이들과 함께 옮겨 다니며 소나무에 침입해 나무의 수관을 막아 속절없이 말라 죽게 한다. 산림청에서 재선충을 예방하고자 주입한 살충제 아버멕틴(Averme ctin)마저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막아 서서히 고사시킨다하니 이래저래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소나무들을 그냥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멸종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려 몸을 좌우로 세게 비틀어 본다.

소나무의 꽃말은 ‘불로장생’이다. 장수, 정절, 불멸의 의미를 담고 있어 장수를 기원할 때도 ‘천년을 사는 소나무’ ‘늙지 않는 소나무 잣나무’라는 송수천년(松樹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를 즐겨 쓴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의 기상을 귀히 여겨 철갑을 두른 듯이 꿋꿋이 서서 바람서리에도 변함없는 ‘남산위의 저 소나무’를 우리의 기상에 비유했다.

완당은 세한도(歲寒圖)에 그려 넣은 네 그루의 소나무를 두고 발문에 논어 자한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빌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썼다.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권력에서 밀려나 세도(勢道)마저 잃고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에게 변함없이 먼 길 제주도까지 건너 와 문안을 하는 역관 이상적에게 고마운 마음 담아 그려 준 것이다. 제자의 변함없는 의리로 표현되었던 네 그루의 푸른 청송이 스산한 겨울풍경 속 외딴집을 둘러싸고 서 있는 세한도는 170여 년 동안 험난한 세월을 거치며 산전수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렇듯 소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선조들에 이어 지금도 여전하다. 가까이 포항시청 앞마당에도 아름드리 멋스런 소나무가 위풍당당 서 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36년이 지난 지금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 방식의 방제는 실패했다. 게다가 유독성 농약의 잔류가 실린 송화가루를 무방비 상태로 마셔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어 경주 남산의 국립공원공단은 산림청의 살충제 주입을 따르지 않고 소나무재선충의 천적인 백신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제인 G810을 소나무에 주입하고 있다고 한다. 살충제 아버멕틴의 예방제는 대만과 일본에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방제에 실패했다.


화학적 관점이 아니라 천적을 이용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나무재선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백신인 곰팡이 균의 역할은 소나무재선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우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으로 지금은 유도저항성(induced resistance)과 천적 곰팡이가 대두되고 있다.

잘 가꾸어진 포항 송도 솔숲도 소나무재선충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을 쓰기에 늦었다지만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아프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출처 : 경북매일(https://ww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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